좀 더 자세하게는 그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저서에서 그는 사시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에는) 대학생들이 경찰서에 잡혀가 맞고 오는 게 다반사였다.
나 역시 서울대 정문에서 불심 검문을 당하고 당시 도양 최대 파출소라는 관악파출소에 끌려간 적이 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나의 고교 및 대학 후배인 박종철 군이 어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관에 의해 '고문살해'됐겠는가.(중략)
이런 현실에서 법 공부에 흥미가 생길 리가 없었다. 공부한 내용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니 환멸이 치밀어 올랐다.
법률이나 판례를 보면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것이 많았기에,
'내가 도대체 이걸 왜 공부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이유와 목적을 잃어버리니 공부가 재미없었다. 사법고시를 봐서 판사가 되겠다는 고교 시절 꿈은 점점 사그라졌다.
군부독재를 지탱하는 집권여당인 민정당을 '육법당'이라 비꼬던 내가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