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KB 손해보험의 이상열 감독이 자신이 12 년 전 폭행했던 박철우에게 사죄하고 잔여 경기 출장을 자진 포기하기로 했다.
KB 손보 배구단은 20 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감독이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라며 “또한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 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KB 손보 배구단에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KB 손보 배구단은 이 감독이 박철우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 감독의 자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했다.
따라서 오는 21 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 금융그룹과의 경기부터 이 감독은 출장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다시 한번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12 년 전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17 일 최근 배구계 학교 폭력에 대해 “난 (폭력) 경험자라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에 박철우는 격분해 자신의 SNS 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글을 올렸다.
박철우는 2009 년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구타를 당했고 고소까지 진행한 피해자다.
이상열 감독은 이 사태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는데, 불과 2년 뒤인 2011 년 한국배구연맹( KOVO )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KB 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이날 경기 직후 박철우는 인터뷰를 자청해 “정말 반성하고 좋은 지도자가 되시기를 바랐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도 다른 선수들에게 ‘박철우만 아니었으면 넌 맞았다’고 말한다는 얘기, 주먹으로 못 때리니 모자로 때린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아침에 (이상열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종일 손이 떨리더라. 그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조용히 참고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열 감독은 기회가 되면 만나서 풀고 싶다고 했지만 박철우는 단호히 만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철우는 “ 12 년이 지났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사과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안 해도 된다. 보고 싶지 않다”며 “바라는 건 전혀 없다.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