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8일(현지시간) 높은 조수로 또다시 물바다가 됐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네치아에 140 ㎝가 넘는 조수가 밀어닥쳐 도시 곳곳이 침수됐다. 베네치아의 랜드마크인 산마르코광장도 성인의 무릎까지 바닷물이 들어차며 출입이 통제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60 억 유로(현재 환율로 약 7조 8, 940 억 원)를 들여 만든 홍수예방시스템( MOSE· 모세)이 이번에는 적시에 가동되지 않았다. 베네치아 당국은 규정상 48 시간 전 예보된 조수 높이가 130 ㎝ 이상일 때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모세를 가동한다. 인공 차단벽을 들어 올리는데 기계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다소 앞선 시점의 예보를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수가 최고 122 ㎝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아드리아해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 ‘보라’( Bora ) 등의 영향으로 갑자기 조수가 높아지며 눈뜨고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규정과 매뉴얼에 얽매여 방비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7일 예보된 조수 수위가 125 ㎝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불과 5㎝ 차이 때문에 1, 500 만 유로(약 197 억 원) 규모의 피해를 초래한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참에 모세 작동 버튼을 누르기 위한 조수 수위 기준을 120 ㎝ 안팎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모세는 78 개 인공 차단벽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다가 비상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수를 막는 방식이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7 년간의 긴 공사 끝에 올 상반기 완공됐다.
베네치아는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 Aqua Alta )로 상습적인 물난리를 겪는다. 최대 120 ㎝까지의 조수에는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이를 넘어가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작년 11 월에도 조수가 187 ㎝까지 불어나며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대성당을 포함해 도시의 80 % 이상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